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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중에 깡패를 만났다면

아침 9시30분에 문을 여는 놀이동산에 8시 도착해서 맨 앞줄에서 기다리던 그 시절, 정말 새벽 밥 먹고 친구들과 설렘으로 도착한 그곳에서 우릴 기다린 것은 모험과 신비가 아니라 ‘깡패’였다. 정말 거짓말처럼 언제나 깡패들은 내 친구 병철이를 따라다녔다. 놀이동산에서도, 용산에서도, 청계천에서도 이런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청계천을 보고 있으면 그 ‘깡패’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이야 ‘주머니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대’라고 협박하는 깡패에게 그냥 다 털어줘도 상관없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여자친구와 함께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자답게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가기도 창피할 것 같다. 만약 남자친구와 길을 가다 깡패들이 시비를 건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진짜 남자를 도와주는 길일까?

1번: 남자친구와 함께 싸운다.             2번: 깡패들에게 돈을 준다.
3번: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4번: 혼자서 도망간다.

남자는 여자가 옆에 있으면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된다.
길을 걷다 누가 여자의 어깨를 친다든지, 술을 마시러 간 자리에서 옆 테이블의 누가 자신들을 향해 어떤 말을 한다든지 혼자 있었으면 그냥 조용히 넘어갔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는 굳이 안 써도 되는 ‘기사도’를 이럴 때 쓰려고 한다. (참고로 괜한 시비에 엮이는 기사도는 ‘술자리 흑기사’만도 못한 기사도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데이트 중에 깡패를 만났다면

자료출처 : 영화<무림여대생>중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이 문제에 대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먼저 1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와 함께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는 장면 등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실전에서는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자칫 상대가 여자친구의 몸에 손이라도 까딱하는 날에는 마치 인계철선을 건드린 것처럼 남자친구가 자동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이종격투기 도장을 열심히 다니는 남자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냥 이종격투기를 열심히 시청함을 감안할 때 이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2번은 자존심 때문에 여자친구 앞에서 깡패들에게 돈을 주기는 힘들 것이고, 3번은 애석하게도 요즘 세상에 누가 자기 일처럼 우리를 도와줄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와 와이프의 안정을 위해 4번을 요구했다. 

일단 여자친구만 안전하게 대피한다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못하는 내 스타일 상 도망을 칠 수도 있을 테고, 만에 하나 붙잡힌다면 최소한의 금액으로 ‘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최악의 상황에는 그들이 나보다 나이가 조금 어릴지라도 형님으로 모셔 위기를 모면하는 등의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여자친구가 옆에 있다면 도망을 갈 수도 싸울 수도 원만한 합의(?)도 볼 수 없는 진퇴양난의 길에 빠지게 될 것이다. 즉 다각도로 고려해 봤을 때 여자는 돌발상황이 생기면 일단 안전하게 몸을 피한 후 112에 신고를 해주는 것이 진정 남자친구를 위하는 길인 듯 하다.

‘나 혼자 살 순 없다’며 도망가지는 않겠다는 여자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자친구 옆에서 지켜(?)주는 것은 도움이 아니라 남자친구가 맘 편히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이야 희박하겠지만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예비군 훈련하는 마음으로 한번쯤은 애인과 이런 이야기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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